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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법문

부처님의 자비처럼 변하지 않을 나의 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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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2회 작성일 23-06-0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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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자비처럼 변하지 않을 나의 도반

 

여름이 가깝다고 느껴진 것이 엊그제 일인데, 벌써 낮이면 더위를 체감합니다

법당이 생활의 주 공간이기도 한 저희 승가에게는 계절마다 몸으로 느끼는 추위, 더위가 조금 다릅니다.

겨울이면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발끝을 시작으로 온몸에 전달되는가 하면

요즘처럼의 여름에는 등줄기와 가슴에서 타고 내리는 땀방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목탁을 치고 염불과 축원을 하게 되므로 신체 내 기운이 상승하는 까닭입니다.

그럴 때 잠시 잠깐 바람이라도 살랑이면 몸의 세포조직은 바로 시원함을 느낍니다

미세한 바람이지만 더위를 체감하는 동안에 불어주는 바람은 그렇듯 적지 않은 감동을 배달합니다.

 

최근 어느 어른스님을 통해 들은 얘기가 귓전에 맴돌아 잠시 소개합니다

스님께서는 평생을 그림을 그리는 불화가로 사셨습니다

세수 칠십 후반을 살고 계신 스님께 내일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것을 가장 안타까워할까?”를 여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아쉬운 것이 없는데

이 거룩한 자연환경을 호흡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울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도, 사물도 아닌 자연환경이라는 답에 며칠을 화두처럼 자연, 자연, 자연이라며 운전을 하고, 산책을 해야 했습니다

나름의 이유를 붙인다면, 자연은 항상(恒常)한다는 것일 겁니다.

사람은 같은 사람임에 분명하나 시시각각 변화를 가져옵니다.

각각의 개체마다 원칙을 갖고 살지만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에 변화가 와서 부득불 바뀐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사물이 변화하는 예는 비교적 적습니다. 풍화에 의해 마모가 되는 경우가 있고, 햇빛에 의해 퇴색이 되는 경우의 예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잎이 나고 꽃이 피고 다시 지는 자연은 언제나 같은 변화만을 반복할 뿐, 감정을 담아 실망을 시키거나 변질된 성향을 드러내는 일은 없습니다

그렇게 같은 수위의 기대치를 채워주는 불변의 구조입니다.

 

그렇지만 그 시시각각의 변화무쌍을 체감하는 가운데도 한결같은 이가 더러 있습니다. 이는 관계망의 척도이기도 합니다.

내게도 그런 도반이 있습니다

출가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나의 도반은 종단 내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진 편이며 개인적 삶에서도 건실한 출가자입니다

드러남이 두드러지면 자칫 화려해 보이기 일쑤인데, 도타운 나의 도반은 참으로 실다운 모습의 삶을 엮어가는 젊은 승려입니다.

10여 년 전, 한 도량에서 주지와 총무로 살았던 우리들은 어느 때에도 불협화음이 없는 관계였습니다

물론 도반이 주지 소임을 살았고 내가 총무 소임을 살았는데 우리는 늘 같이 먹고, 함께 내일을 고민하며 

출가자로서의 본분사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다소 부족한 나의 단점은 도반이 채워줬고, 어쩌다 넘칠 것 같은 도반의 열정을 나의 한 템포 늦는 느긋함으로 조절을 하며 살았습니다.

텃밭의 채소를 가꾸는 울력에서도 시간이 닿는 한 우리는 늘 함께 힘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채전에서 추수를 하게 되면 불자님들과 고루 나누고 나머지는 주변의 이웃들과도 나눠 먹었습니다

함께 나눈다는 것은 기쁨이 배가 되는 행복입니다. 우리 그렇게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벌써 지난 봄날의 기억이 되었습니다. 도반은 인도순례를 다녀왔습니다

한 달 하고도 보름 여의 시간 동안 함께 한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의 걷기를 통한 결사운동을 떠나던 날 도반을 배웅하며 나눈 인사는 하나였습니다

건강하게 수행을 하고 떠날 때의 모습처럼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43일이 지난 뒤, 회향의 자리에서 만난 도반은 건재했습니다.

떠나던 날의 미소보다 진한 미소를 보이며 한결 깊어진 수행자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섰습니다

얼싸 안고 마주한 도반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허공에 걸린 연등 보다 드높게 출렁였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로 살아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그렇게도 기뻤을까. 사진으로 기록된 우리 둘의 표정에 더는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변하지 않을 자연처럼, 한결같이 이어질 길 부처님의 길처럼 도반은 내게 불변입니다.


                대각사 주지 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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