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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범스님─자비보시의 공덕과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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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각사 댓글 0건 조회 564회 작성일 14-06-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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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비보시의 공덕과 기쁨

                                 종범스님


사람의 목숨을 인명(人命)이라 한다.
인명은 첫째로 자연공동체의 소산이다.
옛말에 인명은 하늘에 매여 있다고 했다. 하늘이 무엇인가? 자연이다.
비 내리고 번개 치는 것이 하늘이고 바람불고 홍수 나고 가뭄이 드는 것이 하늘이다. 뿐만 아니라 해와 달과 별을 비롯하여 천지만물의 자연현상이 모두 하늘이다.
사람의 목숨이 하늘에 매여 있다는 말은 천지의 자연현상에 따라서 사람의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사람은 자연의 환경에 의해서 태어나서 자연의 환경에서 죽는다.
공기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지만 태풍과 홍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음식을 먹고 살지만 음식을 잘못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의 목숨이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다고 하였다.

사람은 또한 역사공동체 속에서 생존한다.
근년에 어느 큰스님께서 나이가 일흔이 넘어서 감나무를 심으셨다.

시봉하는 어린 제자가 물었다. “스님의 연세가 칠십이신데 지금 감나무를 심으면 스님께서 어떻게 감을 따시겠습니까?” 이에 큰스님께서는 “그런 말 하지마라.
내가 평생 동안 감을 먹은 것이 내가 심은 감나무의 감을 먹은 게 아니고 선대의 조상이 심은 나무의 감을 먹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감나무를 심고 세상을 떠나면 내가 심은 감나무의 감을 후손이 먹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큰스님의 이 말씀에는 참으로 명쾌하고도 심오한 뜻이 있다.

오늘의 현실에는 과거의 역사가 배어있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
현재에 살아있는 과거를 전통이라 한다.
현재는 또한 바로 미래가 된다. 이것이 역사의 연속성이다.
사람은 이렇게 역사공동체의 기반위에서 연속성의 삶을 살아간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혼자 아무리 잘해도 자기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잘못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고속도로를 이용해보면 흔하게 경험한다.
많은 운전자들이 차량을 운전하여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
교통량이 증가하면 앞에 가는 차와 뒤에 가는 차들이 거대하게 밀려가는 파도와 같다. 그런데 운전자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사고를 내어 길을 막으면 뒤에 가는 차들은 앞으로 갈 수가 없다.
일시에 도로는 긴 주차장으로 변한다.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한다.
한번은 지방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회의 시간에 맞춰 서울로 오는 길이었는데 도중에서 두 시간을 정지해 있었다.
나중에 보니 김장용 무를 가득 실은 화물차가 전복되어 도로에 넓게 뒤덮여 있었다. 중요한 회의였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그 운전자가 조심하여 사고를 내지 않았으면 많은 사람이 피해와 불편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다른 사람도 또한 나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내가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
사회에 도움을 주는 일은 사회로부터 나를 돕게 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자신의 행복도 이루어진다.
도움을 주는 것은 바로 나의 행복을 이루는 일이다.
서로가 행복하도록 도움을 주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고 행복한 사회이다.

사람은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갈 뿐 아니라 역사로부터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도움을 받으면 산다.
오늘을 사는 사람이 선대로부터 좋은 역사를 물려받아서 사는 것과 같이 앞으로 이 땅에 태어날 후손들에게도 좋은 역사를 물려줘야 한다.
자연 생태계도 사람들이 잘 보전하고 수호할 때 자연으로부터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사람에게는 몇 종류의 수명(壽命)이 있다.
첫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의 수명이고
둘째는 스스로 좋은 일을 실행하여 얻은 공덕의 수명이며
셋째는 지각 능력의 체성이 되는 영지(靈知)의 수명이다.

신체의 수명을 화신(化身)이라 하고, 공덕의 수명을 보신(報身)이라 하며,
영지의 수명을 법신(法身)이라 한다. 법신은 모든 것이 아니면서 모든 것에 자재한다. 수명을 초월한 수명을 가지는 것이 법신의 수명이다.
화신은 변화하고 무상하여 오래 보존할 수 없다.
젊음에서 늙음이 오고 늙음에서 죽음이 온다. 늙음과 죽음은 화신이 보여주는 예외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공덕은 신체의 수명과 함께 소멸되지 않는다. 세종대왕이 오늘날까지 알려지는 것은 그분의 신체가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분의 공덕이 현재까지 살아 있는 것이다. 몸은 늙어서 죽지만 몸이 늙기 전에 몸이 죽기 전에 공덕을 지으면 공덕은 없어지지 않는다.

부처님의 보신을 무량수불(무량수불: 無量壽佛)이라 한 것처럼 몸이 죽은 다음에는 공덕이 남는다. 보통 사람의 평범한 삶은 재산관리와 건강관리가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건강은 무한정 지속할 수 없다.
건강을 잃을 때 재산도 따라서 흩어진다.
건강이 있을 때 공덕을 짓는 일이 중요하다.
건강과 재산에만 매달리면 삶이 허무해진다.
공덕을 짓는 삶이 허무한 삶을 오래도록 빛나게 하는 삶이다.
사회를 위해서 좋은 일로 공덕을 지으면 그
공덕의 보답으로 삶이 행복하며 죽은 다음에도 복락을 받는다.
썩은 흙더미에서 보물을 얻는 것과 같다.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하는 진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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