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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사 이선재(반야정) 종무실장님 - 법보신문 - 참선수행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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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0회 작성일 24-07-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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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재(반야정·64) 참선수행 - 상

기자명 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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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아들 건강성취 바라며
새벽기도·복 짓는 일만 전념해
종원 스님 조언에 마음 다잡아
고통 근원은 분별심에서 비롯

“보살님 참으로 징 하십니다. 아직도 그 분별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렇게 헤매고 계시는 겁니까.”

대각사 주지 종원 스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스님은 스스로 일으킨 생각에 끌려다니며 고통받고 있는 나를 답답하게 보신듯하다. 이젠 많이 벗어났다고 자부하던 터였는데, 주머니속에 감춰둔 송곳처럼 어느순간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화가 나서 울고 싶었던 마음이 가득차 있었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스님이 건넨 말씀에 순간 확 쉬어지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배어 나왔다. 이제 조금은 말귀를 알아듣는 거 같아서….

종원 스님과의 인연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첫만남은 군법당에서였다. 당시 고3이던 아들이 임파선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었다. 생존 확률이 50%였던 절박한 상황이었다. 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 빠져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난생 처음 새벽기도를 나갔고, 군법당에서 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종원 스님은 내가 봉사하고 있는 군법당에 법사로 오셨고 그렇게 인사를 드렸다. 스님은 나를 보더니 “보살님은 불교공부를 하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바라는 것이 없었다. 오로지 아들의 건강 회복만이 시급했다. 열심히 기도하고 공덕만 쌓으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빠져있어 기도와 복 짓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스님께서는 “기도성취는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여여한 마음을 가지고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큰 충격이었다. 내가 기도와 봉사를 하지 않아 아들이 낫지 않는 거라는 생각에 항상 조급하고 불안했다. 이런 나를 잡고 스님은 “진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보편타당해야 한다”고 연기법을 설명해주셨다. ‘불교 공부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과 ‘이 스님의 말씀을 따르면 내가 불안감과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겠다’라는 깊은 믿음이 생겼다. 의심과 변덕이 심해 이 종교 저 종교 찾아다녔던 나로선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허공을 헤매다 땅을 밟은 듯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내 앞에 펼쳐지는 세계는 연기되어 나타나는 것이기에 지금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스님은 내게 종무소에서 재무를 맡아달라 하셨다. 기꺼이 응했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1년 동안 봉사했다. 새벽기도와 종무소 봉사로 나는 불안을 느낄 새 없이 바쁘게 보냈고 그사이 아들은 무사히 항암치료를 마쳤다.

가장 힘들고 가슴 아픈 날들이었지만 이 모든 걸 부처님께 맡기고 오로지 일에만 전념했더니 진득한 행복이 느껴졌다. 아들의 건강성취를 위해 어떠한 생각도 떠올리지 않고, 오직 일념으로 봉사를 통한 복 짓는 일에만 매달렸을 때 느낀 그 감정은 인생에서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뿌듯함이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니 마음은 자연스레 느슨해졌다. 그 틈으로 비수를 꽂는 말들이 들어왔고, 누군가의 한마디에 화가 나서 속을 끓이고 있었다. ‘어떻게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라며 상대를 미워하고 원망했다. 내게 스님은 사랑이 아직 부족하다며 분별심에서 벗어나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모난 마음은 스님에게까지 향했다. ‘내가 왜 여기서 이 젊은 스님한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봉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그 좋지도 않은 업을 뭐하러 다음 생까지 가져가려 하십니까. 지금 내 앞에서 없애버리세요.”

스님의 한마디에 가슴이 턱 막히면서 눈물이 났다. 잘 모르겠지만 내가 평생 속상하고 가슴 아파 고통받았던 모든 일들이 ‘이것’이구나 생각했다. 시아버님의 물 떠오라는 말에 눈물을 찔끔거렸고, 누군가의 지적에 마음이 상했다. 나혼자 남모르게 고통받고 있었던 일들이 다 ‘이것’ 때문이었다. 이 분별심에서만 벗어나도 나는 정말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를 알아차린 순간 종원 스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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