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사 이선재(반야정) 종무실장님 - 법보신문 - 참선수행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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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2회 작성일 24-07-31 17:38본문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생겨
포교사로서 군법당서 포교활동
전과 달리 마음 동요 크게 줄어
생사 여여 기대하며 참선 진력
종무실 업무는 내게 큰 공부가 되었다. 처음 군법당 불사 모연을 하는데 보살님들이 선뜻 동참해줬다. 그런 보살님들이 고마워 법당에 올라가 그분들이 잘되길 바라는 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오직 나와 내 가족의 안위밖에 몰랐었는데, 남들을 먼저 생각하고 살펴주게 됐다. 그들이 잘되길 바라며 진정으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가끔씩은 그 못된 분별심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그럴 때는 속상하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빨리 알아차리게 되었고, 내가 향상되고 있다는 걸 느끼니 즐거웠다.
종무실에서 봉사한 지 1년이 지나자 스님께서는 “이제 불교대학에 가서 본격적으로 불교공부를 해보라”고 하셨다. 스님으로부터 누누이 군포교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던지라 공부를 마친 후 포교사 고시에 도전했고, 품수를 받았다. 그리고 군포교팀에 속해 파주에 있는 군법당에 나가 법회를 하게 됐다.
군포교팀은 4개의 팀으로 나눠져 있었고, 나는 월 1회 일요일에 법회를 나갔다. 장병들은 적게는 60명 많게는 100명 정도가 법회에 참여했다. 열기는 뜨거웠다. 장병들을 만날때 떡볶이와 햄버거 등 간식을 준비했다. 간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행복했다. 앞에서 목탁을 치며 삼보통청을 하면 뒤에서 묵직하게 들려오는 장병들의 지심귀명례 소리에 온몸에 전율이 돋기도 했다. 생전 처음 법당에 와본다는 장병들을 보며 왜 군대가 ‘포교의 황금어장’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됐다.
포교사로 활동한지 10년째 되던 해,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던 아들이 갑자기 쓰러졌다. 뇌종양이었다. 급히 수술을 받았다. 참 신기했다. 전과는 달리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지 않았다. 연기로 이뤄지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내 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에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것뿐이었다. 그 어떤 생각도 낄 틈이 없도록 알아차림하면서 말이다.
아들은 수술을 받고 다행스럽게도 후유증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 아들로 인해 두 번의 큰일을 겪으면서 세상 모든 존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세상은 나 혼자 잘나서 잘 사는게 아니라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날 전역 후 지방에서 수행중이던 종원 스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종로 대각사 주지소임을 맡았으니, 와서 종무실장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뭔가 세상에 도움이되고 싶었던 나는 그렇게 대각사 종무실장 소임을 맡았고 벌써 5년째 접어들었다.
지금 대각사에서는 스님과 인연이 된 4명의 반야회원이 법당팀장, 상담실장, 봉사팀장, 종무실장을 맡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분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가끔씩 누군가와의 마찰로 괴로워하면 여지없이 스님의 질책을 듣는다.
“아직도 분별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계십니까. 보살님은 봉사를 하는 게 아니고 수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무엇을 했고, 몇 년을 했네, 저러면 안되는데 하는 건 모두 아상이고, 법상이고 그게 분별심입니다. 그 분별심이 있는 한 윤회고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견디기 힘든 지적이지만 이는 아만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나에겐 꼭 필요한 말씀이다. 이렇게 말을 해주시는 스님이 계셔서 정말 감사할뿐이다.
스님의 채찍에 한동안 분별심에서 자유로워졌음을 느꼈다. ‘이젠 공부가 좀 되었구나’ 싶었던 찰나 누군가의 한마디에 갑자기 한 생각이 올라오더니 밤잠을 설칠정도로 화가 났다. 결국은 스님께 징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정말 속박에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면의 깊이 있는 수행을 하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그 기회가 왔다.
대각사 용성선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백용성선사의 화두참선 포교’를 연구한 허정선 박사님의 참선교실이 열린다. 생각과 감정에 얽매여있는 중생심에서 벗어나 생사에 여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참선에 진력을 다해보려 한다. 좋은 스승님과 좋은 도반, 좋은 도량 그리고 좋은 인연들이 있어서 아무런 걱정이 없다. 그냥 나만 잘 하면 될뿐이다.
[1738호 / 2024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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